시즌 중 트레이드가 거의 없는 여자농구에서 큰 이슈가 발생했다. 에스버드와 KDB생명이 3대3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팀의 주전 선수인 강영숙-이연화-캐서린을 보내고 조은주-곽주영-로빈슨을 영입했다.

 

트레이드가 터지는 순간 90%의 사람들은 에스버드의 손해라고 했다. 그럴만도 했다. 강영숙과 이연화는 WKBL에서도 손꼽히는 선수이자 현재 국가대표의 주요 선수들이었다. 반면 조은주와 곽주영은 그들에 비해 개인 기량이 부족하다.

 

이름값만 보면 분명 에스버드의 손해이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 강영숙 <-> 곽주영

 

국가대표이자 리그 MVP출신의 센터를 식스맨 빅맨과 바꾼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이름값, 경력 모든 것이 강영숙이 우세했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곽주영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가 되는 선수이다. 3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탐냈던 이유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기대를 받고 WKBL에 입단했지만, 자신의 기량을 꽃피울 기회가 없었다.

 

타고난 하드웨어와 힘, 안정적인 슈팅능력은 WKBL 빅맨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능력들이었다. 게다가 곽주영은 신체 능력에 비해 스피드와 순발력도 결코 뒤처지는 편이 아니다.

 

강영숙이 나이와 부상으로 인해 차츰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과 달리 곽주영은 아직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당장 올 시즌만 본다면 강영숙이라는 든든한 센터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에스버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손해가 아닌 셈이다.

 

   

 

# 이연화 <-> 조은주

 

이 트레이드만큼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지만, 조은주가 올 시즌 폼이 하락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에스버드의 손해라고 불렸다. 하지만 조은주는 기본 기량이 특출난 선수이다. 포스트와 외곽을 자유자제로 넘나들 수 있는 선수는 흔치 않다.

 

조은주는 지난 시즌까지 WKBL에서 손꼽히는 확실한 공격옵션 중 하나였다. 포스트업 후 던지는 페이더 어웨이는 백발백중이었고, 외곽 슛 역시 확률이 높았다. 신장이 낮은 포워드를 보유한 팀에게는 ‘재앙’에 가까웠다.

 

비록 올 시즌은 부진했지만 기존의 폼이 쉽게 떨어질 리가 없을 터. 에스버드에는 최윤아-김단비-하은주 등 확실한 공격옵션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조은주가 편하게 공격에 임할 수 있다.

 

현재 3초룰의 피해자로 불리고 있지만, 에스버드의 유니폼을 입은 조은주는 에스버드의 날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 캐서린 <-> 로빈슨

 

에스버드의 가장 고민거리를 해결한 트레이드였다. 캐서린은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슛이 터지는 날에는 최고였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골칫거리였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 가담능력, 수비능력이 한참 떨어졌기 때문. 결국 에스버드는 우승을 위해 외국 선수 교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로빈슨도 정교함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한 선수이다. 하지만 보드 장악력과 블록 슛 능력만큼은 현재 WKBL 외국 선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능력과 스크린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통 센터가 아니지만, ‘달리는 센터’를 보유하게 됨으로서 에스버드는 높이와 스피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 트레이드를 통해 여러 가지 라인업 구사가 가능해졌다

 

에스버드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것은 분명하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기존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여러 가지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에스버드는 스피드도, 높이도 완벽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스피드와 높이를 고루 사용하게 될 수 있게 됐다. 하은주-로빈슨이 버티는 골밑은 현재 WKBL에서 따라올 팀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게 된다.

 

하은주가 뛰지 않을 때에는 곽주영이나 조은주가 그 자리를 메꾸며 스피드로 상대 팀을 압도할 수 있게 됐다. 외국 선수가 뛰지 않을 때나, 하은주가 뛰지 않을 때에도 안정감을 갖춘 라인업인 셈.

 

게다가 컵대회 휴식기간 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미리 손발을 맞출 시간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즌 중 트레이드라면 손발을 맞추기 위해 1달 가량 소비할 수도 있지만, 휴식기간 트레이드를 하면서 손발을 맞출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 셈이다.

 

세 개의 날개를 새로 장착한 에스버드가 우승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은 벌써부터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