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 위기 속에서 마음고생을 하던 전 현대 여자농구단 선수들이 신한은행 에스버드란 새 보금자리에서 따뜻한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 22일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신한은행 여자농구단 숙소. 지난 20일 창단식을 가진 신생팀 이미지에 걸맞은 신축 아파트였다. 베란다 창으로는 숙소 앞 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초 가꾸기가 취미인 주장 진미정이 “이제 선인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며 제일 먼저 숙소 자랑을 늘어놓았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강지숙과 김보현은 “이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진짜 프로가 된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갈 곳 없는 떠돌이 신세였다. 모기업 현대건설의 경영난과 더불어 스폰서 기업까지 지원 중단을 선언해 지난 4월 겨울리그를 마친 뒤 끝을 알 수 없는 ‘휴가’를 맞았다.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틈틈이 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던 선수들은 6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위탁 운영을 하면서 두 달여 만에 공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구단을 잃은 처지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선 맘 놓고 운동할 체육관이 없었다.

안산 올림픽 체육관, 청소년수련원, 인근 고등학교 체육관 등을 옮겨 다녔고 심지어 구민회관을 빌린 적도 있었다. 숙소도 없어서 근처 여관의 2평 남짓한 방에서 두 명씩 살았다. 빨래는 각자 손으로 해결했지만, 운동복이 두 벌밖에 안돼 장마철에는 마르지도 않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팀을 인수하면서 생활은 180도 변했다. 방만 나서면 낯선 남녀들과 마주쳐야 했던 여관촌에서 벗어나 40여평 아파트 5채에서 각자의 방을 갖게 됐다. 되는 대로 사먹던 식사도 영양사가 짜주는 정성스러운 식단으로 바뀌었다. 1000평이 넘는 전용체육관(안산시 와동체육관)에서 오전과 오후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됐고, 전용버스도 갖게 됐다. “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갖게 된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팀 막내 최윤아는 “추석 휴가비로 엄마 옷도 사 드릴 작정”이라며 활짝 웃었다.

by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