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를 최우선으로 하는 농구 경기에서는 게임을 이끄는 리더가 있는 반면 소리 소문없이 묵묵히 자기가 할 일만을 충실히 해내며 팀에 공헌하는 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득점원과 제공권을 장악하는 이들 속에서 숨은 일꾼들의 활약은 팀이 보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데 도움을 준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힘이 경기 양상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이다.

이런면에서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은 타 팀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 선수진(27·180cm)의 존재다.

신한은행에는 든든한 포인트가드 전주원을 중심으로 용병 산드라 디종, 강지숙-강영숙 등의 빅맨이 포진해 공격을 이끈다. 하지만 수비 지향의 농구팀답게 철저한 방어는 기본적으로 겸비가 되야 한다.

선수진은 신한은행 수비의 중심이다. 넘치는 파워와 투혼을 불사르며 상대팀의 핵심인물을 도맡아 전담마크 한다. 그러다보면 여지없이 상대는 실책을 유발하고 팀에는 새로운 공격 시도의 기회를 준다.

또 자신은 금새 체력이 고갈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친 기색 없이 공격에도 가담한다.

지난 18일 펼쳐진 광주 신세계와의 경기가 이를 표면적으로 보여준다. 선수진은 이날 신세계의 주득점원 김정은을 수비했다.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 신세계의 공격을 봉쇄했고 전주원-디종 콤비를 앞세운 득점루트가 막히면 과감하게 득점에도 가담했다.

약 35분여의 시간 동안 속공 2개를 포함해 15득점, 3가로채기, 굿디펜스 2개의 알짜배기 성적.

이날 3점슛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수 있다는 공격력 또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감독님은 나에게 공격과 수비 모두를 원하신다. 그러다 보면 파울관리가 가장 큰 문제인데 잘 되지 않는다. 이날도 공격에 치중하다 수비해야 할 선수를 많이 놓쳤다. 감독님께 한소리 들을 것 같다"며 자신의 단점 보완을 위해 한바탕 너스레를 떤 선수진.

삼성생명의 변연하를 가장 막기 힘들다는 투정 속에서도 "늘 하던데로 자신있게 한다"며 스스로를 가다듬는 모습은 역시 프로다웠다.

확연하게 눈에 띄지 않지만 선수진의 숨은 활약은 신한은행이 새로운 농구 명가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김현선 기자 khs0412@imbc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