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건 일본이냐 한국이냐보다 언젠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7일 삼성생명배 2007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안산 신한은행-구리 금호생명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관중석 한 곳에 신한은행의 장신 센터 하은주(24.202cm)의 일본 오호카고교 은사인 이노우에 신이치(井上眞一·60)씨가 하은주의 출전을 이제나저제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교 시절 부상때문에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못하고 1998년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하은주를 받아준 게 이노우에씨였다.

하은주가 일본 실업팀에서 활약하기 위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 이노우에씨는 수시로 경기장에 찾아가 하은주의 고뇌에 찬 플레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해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로는 만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7일은 성장한 하은주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이노우에씨가 처음 한국으로 온 날이었다. 하지만 하은주는 허리 부상으로 3-4일 전부터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이날 이노우에씨에게 벤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보지 않아도 은주가 기술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노우에씨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건 역시 국적 논란이었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뛰느냐, 일본에서 뛰느냐가 아니라 WNBA에 갈 수 있느냐죠. 미국에도 2m를 넘는 선수는 흔하지 않으니까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주가 그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8일 일본으로 돌아가는 이노우에씨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옆에서 기다리던 하은주는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고교 은사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선생님, 힘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