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에는 잠이 안 와 고생했어요. 하지만 요즘엔 잠 잘 잡니다" 여자프로농구 2007 겨울리그에서 안산 신한은행을 정상에 올려 놓은 이영주 감독이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야말로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주변의 평가 속에 이번 시즌 우승에 대한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호화 멤버로 레알 신한이라 불리는 팀을 이끌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얼마나 욕을 얻어먹겠느냐는 넋두리를 자주했다.

하지만 10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국민은행과 경기를 이기면서 남은 세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은 그는 "이기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라면서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라고 감격해 했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우승이기에 기쁨도 더 컸다.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에서 코치로 있으면서 한 차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했지만 과거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난 듯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2003년 겨울리그 때부터 현대 감독대행을 맡아 온 그는 2004년 5월까지 모기업의 재정난 속에 운영 주체를 잃어 제대로 된 숙소조차 없이 미아처럼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그해 6월 현대여자농구단을 인수한 신한은행에서 대행이란 꼬리표를 뗐지만 이듬 해 성적이 신통치 않아 속은 계속 타들어 갔다.

2005 겨울리그에서는 꼴찌의 수모를 겪고나서는 선수들의 정신 무장과 체력 강화를 위해 2박3일 동안 실미도에서 해병대 지옥훈련까지 실시했다.

이영주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한 게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면서 "공격보다 수비에 많이 중점을 둔 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즌 초반에는 신한은행 특유의 파이팅이 나오지 않아 불면의 밤을 많이 보냈다"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좋아졌다.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하지만 묵묵히 따라 온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지난 해 8월 한신대 대학원 특수체육과에서 한국 여자 프로농구팀 운영이 기업 동일시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상대 팀 분석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최근 네 시즌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이영주 감독은 경기 직후 우승 헹가래를 하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뒤 헹가래를 한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